[여의도풍향계] 겹악재에 타개책 빨간불…암초 만난 '거야' 리더십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겹악재에 둘러싸인 거대 야당이 혁신위원장 낙마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총선을 앞두고 거듭되는 위기 상황에, 계파 갈등과 함께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는데요.<br /><br />'진퇴양난'에 처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오른 모습입니다.<br /><br />이번 주 '여의도 풍향계'에서 최지숙 기자가 살펴봤습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오늘은 한가지 사자성어로 문을 열어봅니다.<br /><br />'부위정경'(扶危定傾), 위기를 맞아 잘못을 바로잡고 기울어가는 것을 바로 세운다는 뜻인데요.<br /><br />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취지에서, 흔히 알려진 '전화위복'(轉禍爲福)과도 유사한 의미로 쓰이곤 합니다.<br /><br />설화 논란부터 검찰 수사까지, 내·외부적 요인으로 시시각각 닥쳐오는 위기 앞에 여야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내년 총선이 이제 1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, 어느 때보다 '부위정경'의 해법이 절실한 상황인데요.<br /><br />특히 겹악재에 직면한 거야(巨野)의 고심은 깊어 보입니다.<br /><br />이재명 대표 본인의 사법리스크에 더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친명계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 등으로 더불어민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.<br /><br />위기의 타개책으로 빼 든 카드는 혁신위원회.<br /><br /> "명칭,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습니다. 혁신안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수용할 것입니다."<br /><br />지난달 14일 쇄신 의원총회에서 혁신기구 구성을 결의한 데 따른 것으로, 당 쇄신을 이끌 수장에 눈길이 쏠렸습니다.<br /><br />위원장에는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초대 상임위원을 지낸 이래경 '다른백년' 명예이사장이 선임됐는데, 곧바로 과거 SNS에 올린 글들이 도마에 올랐습니다.<br /><br />'천안함 자폭설'이나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대선 개입설 등입니다.<br /><br />국민 정서와 괴리된 발언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이 이사장은 결국 9시간 만에 자진 사퇴했습니다.<br /><br />이 이사장은 "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"며 "역사 앞에 기도하는 심정으로 저로 인해 야기된 이 상황을 매듭짓겠다"고 사의를 밝혔습니다.<br /><br />장고 끝에 오히려 악수(惡手)를 뒀다는 당내 지적 속에, 화살은 이 대표를 향했습니다.<br /><br />쇄신의 첫 단추인 혁신위원장 인선이 일단 무위(無爲)로 돌아가면서 민주당은 또 다시 내홍의 늪에 빠져들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이 대표는 인선 발표 하루 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이사장 임명 계획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.<br /><br />보안 유지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, 결과적으로 내부 검증의 시간이 불충분했던 만큼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.<br /><br />비명계에선 이 대표가 충분한 검증 없이 사적 인선을 강행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급기야 퇴진론까지 거론하고 나섰습니다.<br /><br />반면 친명계에선 위기를 가중시키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선을 그으며, '이재명 쫓아내기'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맞받았습니다.<br /><br />계파 갈등이 재연되고 파문이 확산하자 이 대표는 '무한 책임'을 거론했습니다.<br /><br /> "결과에 대해서는 언제나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 대표가 하는 일입니다."<br /><br />다만 구체적인 방식에는 말을 아낀 채, 이후 '더 나은 혁신'이라는 원론적 입장으로 갈음했습니다.<br /><br />한편 이 이사장 관련 해명 과정에서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향해 '무슨 낯짝', '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' 등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연이은 사과로 수습에 나섰습니다.<br /><br /> "천안함 장병과 유족들을 비롯해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모든 분들에게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."<br /><br />국민의힘은 국회 윤리위에 권 수석대변인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고 이 대표를 향해서도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습니다.<br /><br />본격적인 혁신의 닻을 올리기도 전 위기를 맞은 이 대표의 리더십이 과감한 쇄신을 이끌 수 있을지, 아직은 의구심도 흘러나옵니다.<br /><br />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선 혁신위의 역할과 성공 조건에 대한 저마다의 분석도 이어지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질곡의 한국 정치사에서 혁신위는 각 정당의 위기 때마다 단골 기구로 소환되곤 했는데요.<br /><br />성공의 방정식으로서 회자되는 몇 가지 열쇳말이 있습니다.<br /><br />계파에 휘둘리지 않는 강단 있는 인사와 전권(全權) 부여 그리고 결연한 추진력입니다.<br /><br />민주당 내에선 과거 새정치민주연합의 '김상곤 혁신위' 사례를 염두에 둔 언급들도 나오고 있는데요.<br /><br />2015년 2월,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에 선출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두 달 만에 치른 4월 재보선에서 참패하자 퇴진 요구에 직면했습니다.<br /><br />돌파구로 택한 건 혁신위.<br /><br />문 전 대통령은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을 위원장에 임명했고, "'육참골단'(肉斬骨斷)의 각오로 임하겠다"며 혁신위에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.<br /><br /> "참으로 무한한 책임을 느낍니다. 당 대표님과 혁신위원들께서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함께 해주실 때만이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고…"<br /><br />혁신위는 모두 11차례에 걸쳐 '시스템 공천'의 근간을 만들었고 사무총장제 폐지 등 굵직굵직한 내용을 당헌·당규에 반영했습니다.<br /><br />하지만 "계파와 패권은 없다"는 출범 일성과 달리 활동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이어지고, 혁신위가 이 같은 양상을 부추겼다는 지적 역시 나오기도 했습니다.<br /><br />여야 할 것 없이 그동안 대다수의 혁신위는 '용두사미'(龍頭蛇尾)로 소리 소문 없이 막을 내린 경우가 허다했습니다.<br /><br />위원장을 비롯한 구성 문제부터 계파 갈등, 지지부진한 혁신안, 또는 변화를 거부하고 구태로 회귀하는 습성 등 다양한 난관이 상존했기 때문입니다.<br /><br />한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의 대결을 그린 대하 소설 '초한지'에서 소위 '흙수저'였던 유방은 '금수저'였던 항우로부터 결국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.<br /><br />이 과정에서 유방과 항우의 리더십이 비교되곤 하는데요.<br /><br />자신을 과신했던 항우와 달리 유방은,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하고 신뢰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보완하는 유연한 리더십을 보였습니다.<br /><br />자신을 낮추고 희생하는 각오...